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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가을에
    우리땅 여정 2022. 9. 4. 22:12

    2017년 가을, 전남 화순 백아산에서

    정한모 - 가을에

     

  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

   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

    나뭇잎,

    그렇게 주고 받는

   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(微笑)로도

    이 커다란 세계를

   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

    믿게 해 주십시오.

     

   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

   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

    모아 쥔 아가의

    작은 손아귀 안에

   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.

     

    이렇게 살아가는

    우리의 어제 오늘이

    마침내 전설(傳說)속에 묻혀 버리는

    해저(海底)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.

     

    달에는

    은도끼로 찍어낼

   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

    할머니 말씀이

    영원(永遠)히 아름다운 진리(眞理)임을

   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.

     

    어렸을 적에

    불같이 끓던 병석(病席)에서

   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

   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(墜落)과

    그 속력으로

   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

    그런 공포(恐怖)의 기억(記憶)이 진리라는

   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

   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

   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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